우리는 쉼 없이 달리는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끊임없이 성취해야 하고, 늘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멈춰 있는 순간은 낙오처럼 여겨지곤 한다.
속도는 능력으로, 멈춤은 실패로 간주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의 눈과 마음은 늘 분주하다.
그러다 보면,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자꾸 놓쳐버리곤 하죠.
하지만 가끔은 문득 멈추고 싶어진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지금 이 자리에서 그저 가만히 머물고 싶은 순간 말이다.
그러나 멈춘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은 멈춘 자에게 관대하지 않고,
나 자신조차도 내게 관대하지 못하니다.
멈추는 순간 느껴지는 죄책감과 불안,
그 무게에 지쳐가는 것도 우리가 겪는 일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금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에 익숙해져 왔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나’는 자주 소외되고,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이 순간조차 스스로 외면해버리곤 했다.
그래서 ‘멈춤’은 단순히 정지의 시간이 아니다.
흐름을 거슬러, 지금 이 자리와 직면하는 용기다.
속도의 강박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보는 결단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은 걸까?”
삶은 언제나 ‘무엇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보다 앞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나 역시 이미 충분히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미래가 아니라, 여기 존재하는 바로 이 모습이 삶의 일부이며, 그 자체로 의미임을 깨닫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말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존재가 아니며, 스스로의 선택과 삶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간다고.
그러나 동시에, 실존은 본질을 향해 열려 있으며, 그 본질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드러난다.
멈춤은 그러한 자신과의 자리에서 진정한 본질로 다가서는 용기다.
우리는 흔히 ‘무엇을 이루었는가’로 스스로를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삶은 성취의 목록이 아니다.
삶은 관계이고, 감정이며, 기억이고, 존재 그 자체다.
잠시 멈춘다고 해서 인생이 멈추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멈춤은 새로운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 주저앉았던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걷는 삶.
그 삶은 비록 느릴지라도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깊고 단단한 자기 이해와 평화를 길러주는 길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멈춰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이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용기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내게도, 그 한마디가 삶의 소중한 의미와 평화를 되찾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