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거대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웅장한 산, 광활한 바다, 장엄한 석양.
눈을 사로잡는 것들에 우리는 감탄하고, 그 안에서 삶의 진리를 찾고자 애쓴다.
그러나 문득, 아주 작고 평범한 것들 안에서도 삶의 깊은 이치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침 산책길에서 문득 마주한 이름 모를 들꽃 하나.
누군가의 눈에는 잡초일지 모르지만,
그 꽃은 땅을 뚫고 올라와 햇살을 받아내며 제 몫의 계절을 피워내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그 모습은 마치 우리 삶의 고요한 비유처럼 느껴졌다.
거창하지 않지만, 성실하고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존재.
그 모습이야말로 삶의 본질이 아닐까?
발걸음을 멈추고 이름 없는 들꽃에 눈길을 둘때
그는 내게 예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꽃으로 다가왔다.
어느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고백처럼...
한때 나는 늘 바깥으로 향하는 눈을 가졌다.
더 큰 무언가, 더 높이 오른 누군가, 더 화려한 성공을 좇았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 손 안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자주 잊곤 했다.
그러나 자연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에게 속삭인다.
삶은 거대한 목표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작은 숨결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다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언제나 가장 작은 존재들이다.
나무 끝에 돋아나는 새순,
얼어붙은 땅 위에 살며시 내려앉는 봄비,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오후의 빛.
자연은 단 한순간도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그 모든 변화는 극적인 장면 없이,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가장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변화는 느리게, 그러나 반드시 이루어진다."
우리가 인생에서 기다리는 전환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거대한 사건이나 눈에 띄는 성과만을 변화로 여기다 보면,
중요한 전환의 순간을 놓칠 수 있다.
오히려 내면의 작은 변화, 사소한 습관 하나,
익숙한 길 위에서 마주친 새로운 시선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자연은 무엇 하나 쓸모없는 존재를 만들지 않는다.
벌레 한 마리, 돌멩이 하나, 낙엽 한 장에도 제 역할이 있고, 제 시간이 있다.
이는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때로는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지고,
별다른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것 같을지라도,
그 모든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다.
우리가 그 의미를 볼 줄 안다면 말이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말했지만, 나는 덧붙이고 싶다.
"본질은 소소한 실존의 반복 속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거창하지 않은 일상, 대단하지 않은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간다.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들꽃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피어난다.
이제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자주 멈춘다.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으려 한다.
그 작은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도 이만하면 충분해.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소소한 자연의 이치는, 결국 우리 삶을 위로하는 가장 섬세한 방식이다.
그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배우며, 조금씩 자라난다.